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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목회는 탈북민교회서 탈북민 목회자가 해야”

북기총 후원이사장 김종욱 목사 인터뷰

기사입력 :2019-12-2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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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이 아닌 트라우마,
환경적 지원만큼 중요한 건 삶의 의미 찾게 하는 것"

"6만 한국교회가 40개 탈북민교회를 미자립으로 두는 건 범죄라고 봐,
탈북민 모자 아사 사건 후 달라지는 것 있어야"

북기총 후원이사회 김종욱 목사
▲김종욱 목사는 “북기총 후원이사장으로 1년간 담임목사님, 장로님들이 탈북민 목회자 사역에 눈을 뜰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지희 기자

국내 3만3천 탈북민 중 신학을 공부한 탈북민은 100여 명이 넘는다.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은 이들이 개척한 교회는 전국에 40여 곳이 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탈북민 성도들이 삼삼오오 모이다 보니 열악한 환경에 대부분 미자립교회를 벗어나지 못한다. 기대고 의지할 곳 없는 탈북민 목회자들의 친구이자 때론 아버지 역할을 자처하며 10년 넘게 함께 울고 웃어온 김종욱 목사(인천 이레교회)를 만났다.

김 목사는 탈북민 목회자들이 교단을 초월하여 결성한 사단법인 북한기독교총연합회(북기총)의 후원이사회가 지난 9월 발족하면서 이사장으로 추대됐다. 한동안 한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탈북민 한성옥, 김동진 모자 아사 사건과 함께 부각된 탈북민 정착, 케어 문제를 묻자 "결론부터 말하면 탈북민은 탈북민 목회자가 케어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한국교회가 더 관심을 가지고 탈북민교회에 힘을 보태면, 지역마다 네트워크 되어 있는 탈북민들이 탈북민교회로 찾아오면서 탈북민에 의한 탈북민을 위한 목회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욱 목사는 "이 땅에 온 3만3천여 탈북민 영혼과 탈북민 목회자들은 통일 이후 북한교회 재건에 중추적 사명을 감당할 분들"이라며 "한국교회가 탈북민과 탈북민교회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기도해주시길 기대하고 소망한다"고 밝혔다.

북기총 후원이사회 김종욱 목사
▲지난 9월 28일 지구촌교회에서 열린 북한기독교총연합회(북기총) 후원이사회 설립 및 이사장 취임식 후 기념사진. 앞줄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북기총 후원이사장 김종욱 목사. ⓒ북기총 후원이사회

ㅡ지난 10년간 탈북민을 위해 어떤 사역을 해왔나.

"전국 40여 곳 탈북민교회를 다방면으로 돕고 있다. 탈북민 목회자들이 찾아와 '형, 오빠처럼 가까운 분은 목사님밖에 없다'면서 사정을 이야기하면 '내가 알아보겠다'고 나선다. 헌물 받은 에어컨, 제습기, 온풍기, 피아노, 의자 등을 탈북민교회에 전달했는데, 10년 정도 사역하다 보니 블로그에 '나눔' 공지를 하면 금방 댓글이 달려 각자 필요한 것을 받아 간다. 탈북민교회를 개척하면 부산, 포항까지 찾아가 함께 예배드리고, 3년 전부터는 담임목사님 이름으로 달력을 제작해 나눠주고 있다. 매년 여름과 겨울에는 60~70명씩 모이는 탈북민 목회자 가족수련회를 2박 3일간 섬기는데, 저녁마다 탈북민 목회자들이 잠도 안 자고 목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면 큰 감동이 있다. 모두 가족처럼 지낸다.

전국 교회를 다니며 북한과 탈북민의 현황을 알리는 일도 한다. 누군가에게 도와달라는 말을 하기 참 어렵지만, 제가 외쳐야 탈북민교회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 안에서 전문적으로 이 일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저의 부끄러움보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 믿기 때문에 이 사역을 한다."

북기총 후원이사회 김종욱 목사
▲2018년 갈멜산 강화수양관에서 열린 북기총 여름수련회 단체사진. ⓒ북기총 후원이사회

ㅡ탈북민교회 지원뿐 아니라 탈북민의 생명을 구하는 일도 하고 있다.

"중국에서 한국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탈북민을 데려오고, 입국 전 사전 교육하는 비용 지원도 한다. 제가 속한 예장통합 용천노회에는 남북한위원회가 있다. 6년간 총무를 하면서 매년 노회가 탈북민을 데려오는 예산을 확보해, 6년간 20명이 넘는 탈북민의 생명을 살렸다. 제가 강의를 하면 은혜받은 분들이 보내오는 후원금도 이 일에 보탠다.

북기총 후원이사회 김종욱 목사
▲통합 이북5개 노회 남북한선교회 임원들과 태국 이민국 방문 사진. ⓒ북기총 후원이사회
중국에 있는 탈북민 중에는 직접 중국에 넘어간 사람도 종종 있지만, 70~80%는 인신매매 브로커에 팔린 경험이 있다. 최근에는 북중관계가 좋아지면서 압록강 도강비가 크게 올랐고, 탈북자가 잡히면 무조건 강제북송한다. 우리가 빨리 손을 쓸 수 있으면 되는데, 그렇지 못하고 공안에 잡히면 무조건 북송된다. 얼마 전에도 중국에서 강제북송될 위기에 처한 탈북민 3명이 있었다. 빨리 안전한 곳으로 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갑자기 한 교회에서 탈북민 3명을 구할 수 있을 만큼의 새벽기도 헌금이 모여 보내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하나님께서 기적과 같이 일하고 계신다.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은 처음부터 한국에 올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을 떠돌아다니며 살다가 1996년 고난의 행군 이후 생겨난 신종직업인 '브로커'를 만나면서 한국에 들어오는데, 중국 내 탈북자의 20% 정도만 한국에 오고 싶어 한다. 3만3천 명의 이야기는 모두 소설처럼 파란만장하다. 한 탈북민 여성은 어머니가 돈을 벌기 위해 중국에 나간 뒤 소식이 끊어졌다. 본인도 후에 나이 많은 중국인 남성에게 팔려가 10년 넘게 살다 한국에 왔는데, 어머니가 먼저 한국에 들어왔다는 소식을 알게 됐다. 20년 전 중국에 팔려 간 세 자매는 서로 생사를 모르고 지내다 막내가 한국에 왔는데, 첫째 언니는 9년 전, 둘째 언니는 3개월 전 먼저 한국에 왔다는 소식을 듣는 일도 있었다."

ㅡ탈북민 모자 아사 사건을 계기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 사회 내 탈북민 빈곤, 부적응, 우울증과 자살률 증가 문제가 심각하지 않나.

"한 씨가 살던 동네에 그 가족을 잘 아는 순댓국집을 하는 분이 있다. 지난 9월 탈북민 20명을 그 순댓국집에 초청해 지역 탈북민을 위로했는데, 같은 동네 살던 탈북민들 안에 충격이 있었다. 탈북민이 남한에 정착하기가 열악한 상황인 건 분명하다. 탈북민 정착금이 있지만 4대 보험이 되는 직장에 들어가면 기초생활수급비가 나오지 않고, 탈북 과정에서 발생한 브로커 비용을 내고 나면 그 돈마저 떨어진다. 그러나 탈북민이 처한 열악한 환경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탈북민이 삶의 의미를 갖게 하는 것이다. 탈북민의 가장 큰 문제는 트라우마다. 이들의 깊은 마음의 상처를 씻어줘야 하는데 이 일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매년 입국하는 탈북민이 늘고 있는데, 이들의 정착에 신경 쓰지 않으면 사회적 이슈가 될까 봐 염려된다. 탈북민 한 사람이 범죄하면 탈북민이 범죄를 저질렀다고 여론이 좋지 않다. 이미 대한민국 사람인데 예를 들어 '50대 김모 씨'가 아니라 '50대 탈북민'으로 언급된다. 그들 안에 이런 울분 같은 것이 함축되어 나온 것이 한성옥 모자 아사 이후 광화문에서 3개월 가까이 농성을 벌인 것이라고 본다."

북기총 후원이사회 김종욱 목사
▲2019년 염광교회에서 진행된 통일선교학교에서 강의에 앞서 기도하고 있는 김종욱 목사. ⓒ북기총 후원이사회
ㅡ탈북민 정착 지원과 함께 언급하신 것 같은 탈북민에 대한 차별과 부정적 시각에 대한 변화도 필요한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도 배우지 않으면 좋은 일자리를 갖기 어려운데, 탈북민이 한국 사회에서 주류를 형성하기 매우 어렵다. 주로 식당에서 일하거나, 한국 사람들이 잘 하지 않는 주말 요양보호사를 아르바이트로 많이 한다. 일명 티켓다방에서 일하는 이들도 있어 사회적 문제도 생긴다. 그것이 너무 안타깝다. 항간에 탈북민이 게으르다고 이야기하는데, 제가 볼 땐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체력이 따라오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감옥에서 2~3년 고문당하고, 항상 가슴 졸이며 살아온 이들 중엔 심장병, 치아 손상, 여성은 자궁질환도 많다.

특히, 탈북민들이 교회에서 상처를 더 많이 받는다고 말한다. 교회 내에도 탈북민을 바라보는 편견이 있고, 대형교회 탈북민 부서도 전담 교역자를 두지 않아 한계가 있다. 몇몇 대형교회에서는 탈북민을 목사나 전도사로 두지만, 일반교회는 탈북민 부목사를 데리고 탈북민 목회를 활성화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탈북민 케어는 탈북민 담임목사가 하는 게 맞다."

북기총 후원이사회 김종욱 목사
▲염광교회 통일선교학교 단체사진. ⓒ북기총 후원이사회
ㅡ통일시대를 대비해 어떻게 탈북민 사역을 해야 할까.

"한국교회가 아직 탈북민에게 관심이 부족하다. 지금 탈북민이 이단에 많이 가 있다. 한 이단은 탈북민을 끌어들이는 데 온 힘을 쏟는데, 돈이 생명과 같은 이들에게 돈을 지급하니 400명 넘게 가 있다. 한국에 올 때 탈북민 중 기독교인 비율이 40%가 넘는다. 타국에서 성경공부를 하고 들어오는 이들이 한국에 와서 1년이 지나면 믿음이 많이 떨어진다. 가장 큰 이유는 생업 때문이다.

탈북민 목회자들은 성장 배경, 억양, 목회 지식, 문화 등이 기존 목회 현장에서 적용이 어려워 개척에 몰리게 된다. 저는 6만 교회가 40개 탈북민교회를 미자립교회를 만드는 것은 범죄라고 생각한다. 우리 노회는 세례교인 1명이 1달에 1,000원을 통일헌금으로 낸다. 1,000명 이상인 교회는 의무적으로 탈북민 목회자를 인턴으로 세우자는 의견도 냈다. 현재 노회 소속 교회 두 곳에서 탈북민 목회자가 부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재정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서 예배도 드리고, 교회로 초청하는 일도 필요하다. 교단, 노회 차원에서 통일부서를 만들고 담임목사님, 장로님들이 북중접경지역을 방문하면서 통일에 대한 인식을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다.

제가 목회하는 교회가 크지 않으니 탈북민교회의 필요를 잘 안다. 담임목사 이름으로 제작된 달력을 보내주거나 목회월간지를 큰 교회에서 구독해서 보내주는 것도 너무 좋아할 것이다. 교회가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탈북민 강사를 부르는 일도 종종 있는데, 북기총이 활성화되면 객관적으로 검증된 탈북민 강사들을 섭외할 수도 있다.

앞으로 탈북민은 탈북민 목회자가 케어하고, 한국교회는 탈북민교회를 제대로 훈련하고 지원하면 좋겠다. 이미 탈북민교회 목회자의 사례비를 주고 부목사로 대우해 주는 교회, 탈북민교회를 발굴해 2년간 지원을 아끼지 않은 교회, 탈북민 기도회 장소를 빌려주고 식사 대접 등도 하는 교회, '기독교통일지도자훈련센터'를 세우고 통일 시대 목회에 대한 그림을 그려가는 대학교 등 좋은 모델도 많다. 저도 북기총 후원이사장으로 1년간 담임목사님, 장로님들이 탈북민 목회자 사역에 눈을 뜰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이지희 기자 jsowue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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